서브배경
서브이미지

진료시간안내

  • 월화목금 오전9시 ~ 오후6시반
  • 토 요 일 오전9시 ~ 오후1시
  • 점심시간 오후1시 ~ 오후2시

야간진료 : 화요일,금요일
오전 9시 ~ 오후 8시

02-2038-8909


홈으로

제목

"치매 환자도 일상 누릴 수 있어야"...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 무엇이 달라지나

image

"치매가 있어도 일상을 누릴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 이는 정부가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이하 5차 계획)'을 통해 제시한 핵심 비전이다. 지난 2월 발표된 이후 본격적인 시행에 돌입한 5차 계획은 그간 축적된 돌봄 인프라와 비용 지원 제도를 기반으로 '환자의 권리 보장'과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 고도화'라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치매 환자를 수동적인 관리 대상이 아닌, 지역사회 내 일상의 주체로 바라보는 정책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사한다.

신경과 최호진 교수(한양대구리병원)는 "치매가 있어도 가능한 한 자신의 생활을 이어가고, 본인의 의사를 존중받고, 과도한 배제나 낙인 없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5차 계획은 환자의 일상 유지부터 서비스 연계, 권리와 존엄의 보장까지 구체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의 조언을 토대로 5차 계획의 주요 변화와 향후 정책 과제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인프라 확충 넘어 실질적인 '삶의 현장'으로
국가 차원의 치매 대응 체계는 지난 18년간 단계적으로 그 방향성을 넓혀왔다. 2008년 제1차 계획을 기점으로 시작된 대응은 제4차 계획에 이르기까지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한 치매 관련 지원 확대, 지역사회 돌봄 전환, 전국 치매안심센터 구축 등 전국 단위의 물리적 돌봄 인프라를 다지는 데 주력해 왔다.

이번 제5차 계획(2026~2030)은 이러한 기반 위에서 기존의 의료·복지 지원을 한층 세분화하고, 환자의 권리·재산·이동권 보호까지 정책 영역에 포함했다. 그간 제도와 기관 등 치매 관리 기반을 넓히는 데 무게를 뒀다면, 이번 계획은 환자와 가족이 머무는 '삶의 현장'에서 필요한 지원을 더 촘촘히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최호진 교수는 "치매는 약물 처방만으로 관리가 끝나는 질환이 아니라 환자의 행동증상, 기능저하, 돌봄 부담, 복지서비스 연결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는 만큼, 연속적인 관리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5차 계획은 의료기관이나 시설 중심의 관리에 머물렀던 치매 정책을 조기 발견부터 치료, 돌봄, 복지 연계까지 이어지는 구조로 재정비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의 핵심 변화 6가지
이번 5차 계획은 △조기예방·치료체계 강화 △돌봄과 맞춤 지원 내실화 △치매 친화적 환경과 권리 보장 △연구 지원 확대 △정책 기반 고도화 등 5대 추진전략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경도인지장애부터 선제적으로 개입
우선 눈에 띄는 변화는 치매 관리의 개입 시점을 앞당긴 점이다. 치매는 발병 이후 완치가 어렵지만, 그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는 일부 환자가 정상 인지 기능을 회복하는 경우도 보고된다. 따라서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호진 교수는 "'치매 진단 이후에 관리한다'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더 이른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진단 전 단계에서 고위험군을 더 정밀하게 가려낼 수 있는 검사 체계를 보완한다. 그동안 치매안심센터는 의료기관용 검사도구(cerad-k, snsb 등)를 활용해 왔으나, 검사 시간이 길고 대기 및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치매안심센터용 자체 심층 진단검사 도구인 'cist-in depth(cist-id)'를 2026~2027년에 걸쳐 개발하고 2028년부터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의료기관 의뢰 전 단계에서 고위험군을 보다 구체적으로 가려내겠다는 구상이다.

경도인지장애 판정 이후의 일상적 관리도 강화된다. 경도인지장애 대상자를 위한 인지강화교실 운영을 주 1회에서 주 3회로 확대하고, 환자 스스로 위험 요인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자가 관리 매뉴얼도 개발해 보급한다.

② 치매관리주치의 전국 확대...초기 관리부터 전문 치료까지 강화
치매관리주치의 제도의 확대도 주목할 만하다. 해당 제도는 환자가 거주지 인근 의원의 전담 의사에게 치매 증상은 물론 전반적인 건강 상태까지 지속적이고 포괄적으로 관리받도록 돕는다. 필요한 복지서비스와 지역 자원을 연계하는 역할도 맡는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운영 중이며, 2027년까지 시범운영을 거쳐 2028년 본사업으로 전환돼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초기 치매환자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그동안 치매 진단 후 1년 이내 환자를 대상으로 제공되던 초기 집중관리서비스는 경증치매환자까지 확대된다. 해당 서비스는 등록·상담, 서비스 계획 수립, 맞춤형 서비스 제공, 종결 평가 등 12주 과정으로 운영되며, 치매 초기 단계부터 환자와 보호자가 체계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역 의원을 통한 일상적 관리와 함께, 중증 환자를 위한 전문 치료 기반도 강화된다. 정부는 행동심리증상(bpsd) 등을 동반해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치매 환자를 위해 현재 25개소인 치매안심병원을 2030년까지 50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원인별·중증도별 맞춤형 임상진료지침을 2028년까지 개발·확산해, 환자 상태에 따른 보다 체계적인 진료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③ 재가 서비스 이용 조건 및 형태의 유연화
가족에게 편중된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가(在家) 서비스의 이용 조건과 형태도 유연해진다. 재가 서비스는 환자가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집이나 지역사회에 머물며 돌봄을 받는 방식이다. 특히 낮 동안 환자를 보호하고 인지활동 등을 지원하는 주야간보호 서비스의 월 이용 한도 상향이 검토되며, 그간 엄격히 제한되었던 치매안심센터 쉼터와의 중복 이용도 허용된다. 여기에 가족이 일시적으로 돌봄에서 벗어나 쉴 수 있도록 주야간보호기관 내 단기보호, 즉 숙박 기능도 제도화된다.

보호자 지원도 강화된다. 오랜 돌봄 경험을 쌓은 선배 보호자가 다른 보호자에게 정보와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기억친구 멘토-멘티(가칭)' 노인일자리 모델은 2026년 시범운영 후 2027년부터 전국으로 확대된다.

④ 재산 보호 및 사회적 안전망 등 권리 보장 명문화
특히 이번 계획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환자의 권리 보장을 제도화한 점이다. 치매가 진행되면 일상생활뿐 아니라 재산 관리와 법적 의사결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경제적 피해를 예방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안전망 마련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2023년 기준 국내 치매 환자의 보유 자산은 약 154조 원에 달하며, 인지 기능 저하로 인한 경제적 범죄 노출 위험도 커 안전한 관리 방안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이 지난 4월 말부터 시행 중이다. 신탁계약을 통해 국민연금공단이 환자의 의료비와 일상생활비 지출을 안전하게 위탁 관리하며, 2028년 본사업으로 전환된다. 일상의 법적 의사결정을 돕는 공공후견인 지원 인원도 정부 발표 기준 현재 300명 수준에서 2030년 1,900명까지 대폭 확대된다.

물리적인 일상 안전망도 한층 두터워진다. 고령 운전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실차·vr 기반 운전능력진단시스템이 시범 운영되며, 실종 환자를 위한 일시 보호시설 및 배회 감지기 보급이 늘어난다. 아울러 환자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 작업도 병행된다. 치매 환자에 대한 낙인을 줄이기 위한 명칭 정비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치매안심센터, 치매환자쉼터 등 관련 기관과 지원 사업의 명칭이 환자와 가족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는지 살피고, 보다 중립적이고 포용적인 표현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⑤ ai·디지털 기술의 현장 적용
ai와 디지털 기술은 치매 예방부터 조기 발견, 재가 관리까지 폭넓게 활용된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환자 스스로 인지 기능과 생활습관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뇌인지 기능 저하 예방 서비스 등 혁신 기술 지원이 확대된다. 재가 돌봄 환경에서는 환자의 안전 확인과 정서 지원을 돕는 돌봄 로봇 등 ict 기술 활용이 늘어난다. 아울러 디지털 치료기기(dtx)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도 마련된다. 인력 중심 돌봄 체계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기술을 예방·조기 발견·재가 관리 전반에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⑥ 데이터 기반 치매 관리와 지역 맞춤형 인프라 구축
돌봄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국가 데이터도 적극 활용된다. 국민건강검진,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의 정보를 치매안심통합관리시스템(ansys)과 연계하여, 센터를 방문하지 않더라도 인지저하 의심자를 선제적으로 찾아내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 아울러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는 기존의 일률적 운영에서 벗어나, 지역 여건에 따라 '서비스형·예방형·검진형'으로 세분화되어 지역 맞춤형 인프라로 개편된다.

치매 정책, 제도 접근성 높이고 의료 기반 강화해야
정책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제도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우선 의료와 복지의 연계 과정이 여전히 복잡해, 보호자가 제도의 확대를 실제 혜택으로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호진 교수는 "정책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현장에서는 서비스 신청 방법이나 의료-복지 연결 고리를 몰라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성과 지표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와 보호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제도의 연결성과 접근성"이라고 강조했다.

지역별 서비스 불균형도 풀어야 할 과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어촌 간 의료·돌봄 자원 격차가 여전히 큰 만큼, 지역 특성을 반영한 세밀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최 교수는 "단순한 행정적 개편을 넘어, 지역적 특성과 한계를 깊이 고려한 실질적인 정책적 배려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의료 지원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어져야 한다. 돌봄 체계가 강화되는 가운데서도 치매의 진단과 치료를 뒷받침할 의료적 기반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치매는 결국 의료적 문제에서 출발하는 질환"이라며 "최근 치매 신약 개발 등 급변하는 글로벌 진료 환경을 정책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진단과 치료 등 의료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고민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