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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뭇한 목, 늘어난 쥐젖"… 피부가 보내는 당뇨 경고 신호?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혈당이 만성적으로 높아지면, 우리 몸은 점차 대사 균형을 잃고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특히 피부는 미세혈관과 신경이 밀집된 기관으로, 대사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고혈당 환경에서는 피부 세포의 기능이 저하되고 면역력도 떨어져, 작은 상처조차 쉽게 악화된다. 무좀, 가려움증, 쥐젖 등 다양한 피부 질환도 동반될 수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완구 원장(맑은샘내과)은 "피부는 몸의 대사 상태를 비추는 거울이다"라며 "흔히 피부 문제를 단순한 미용 이슈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당뇨나 대사 이상이 피부를 통해 먼저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피부 신호를 조기에 인식하고, 혈당과 체중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피부 질환의 악화를 막고 당뇨를 개선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의 도움을 받아, 피부가 보내는 '당뇨 경고 신호'와 이를 예방하기 위한 생활 수칙을 알아본다.
당뇨병, 염증 반응 키우고 상처 회복 늦춰
"당뇨가 있으면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는 말은 단순한 속설이 아니라 정교한 병리 기전에 기인한다. 가장 큰 원인은 만성 고혈당이 '호중구(neutrophil)'를 무력화시킨다는 점이다. 호중구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상처가 나면 세균이 침투한 곳으로 즉각 이동해 균을 잡아먹는(탐식)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혈당이 높으면 호중구가 세균이 있는 곳까지 찾아가는 이동 능력과 균을 제거하는 살균 능력이 모두 떨어진다.
이완구 원장은 "여기에 고혈당 환경에서 생성되는 혈관 내 독소인 '최종당화산물(ages)'까지 더해져 호중구 기능을 억제하고, 염증 반응을 불필요하게 길게 끌면서 상처 회복을 늦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세혈관 손상과 피부 구조 변화도 회복을 어렵게 만든다. 고혈당은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시켜 상처 부위로 가는 산소·영양 공급을 차단하고, ages가 콜라겐과 결합해 피부 진피층을 딱딱하게 만든다. 유연성을 잃고 경화된 조직에는 새 살이 차오르는 재생 과정이 일어나기 어렵다.
여기에 말초신경병증과 자율신경 이상은 위험을 배가시킨다. 감각이 둔해져 상처 발생을 인지하지 못하는 데다, 땀 분비 감소로 건조해진 피부가 갈라지며 세균 침투의 '입구'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당뇨 상처는 염증기만 길어지고 조직 재생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 원장은 "당뇨 환자의 피부는 감염에 취약하고, 흉터도 잘 남고, 한 번 생긴 상처가 궤양으로 굳어버리기 쉬운 병리학적 환경"이라고 전했다.
세균·곰팡이 감염 잦고, 극심한 건조증 호소하기도
연구에 따르면 당뇨 환자의 30~70%에서 어떤 형태로든 피부 이상이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흔한 문제는 세균성 피부질환으로, 연조직염(봉와직염), 농가진, 모낭염, 종기 등이 대표적이다. 미세한 상처 틈으로 세균이 침투해 발생하며, 피부가 빨갛게 붓고 열감이 느껴지거나 통증과 함께 고름이 잡히는 양상을 보인다. 일반인도 흔하지만 당뇨 환자에게 더 잘 발생한다.
진균(곰팡이) 감염도 빈번하다. 발 무좀이나 손발톱 백선뿐만 아니라, 사타구니 습진이나 여성의 질 칸디다증 등이 흔하게 나타난다. 이완구 원장은 "진균 감염은 사타구니, 겨드랑이, 유방 아래 등 습하고 마찰이 많은 부위에 붉고 축축한 판 형태로 나타난다"며 "경계가 비교적 뚜렷하고 가장자리에 인설(각질)이나 위성 구진(작은 반점)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감염뿐만 아니라 전신적인 피부 건조증도 환자들을 괴롭힌다. 당뇨 합병증인 자율신경병증과 미세혈관 변화가 진행되면 땀샘 기능이 떨어져 피부가 메마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다리, 팔, 허리는 물론 외음부나 항문 주변까지 극심한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흑색가시세포증과 쥐젖, '인슐린 과부하'의 신호
당뇨와 대사질환에서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초기 피부 변화는 '흑색가시세포증'과 '쥐젖(연성 섬유종)'이다. 흑색가시세포증은 목 뒤, 겨드랑이, 서혜부 등이 벨벳처럼 두꺼워지고 짙은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는 질환이며, 쥐젖은 마찰 부위에 생기는 작고 말랑한 사마귀 모양의 돌기다. 이들은 비만, 인슐린 저항성, 제2형 당뇨와 강하게 연관된 대표적인 피부 소견이다.
이 두 가지 증상은 단순한 피부 트러블이 아니라 '만성 고인슐린혈증'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다. 이완구 원장(맑은샘내과)은 "비만이나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췌장이 인슐린을 과다 분비하면, 혈액 속에 넘쳐나는 인슐린이 피부 세포의 성장 인자(igf-1 수용체 등)를 자극해 세포를 비정상적으로 증식시킨다"며 "그 결과 표피가 두꺼워져 색이 탁해지거나(흑색가시세포증), 피부 조직이 돌출(쥐젖)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흑색가시세포증과 다발성 쥐젖이 함께 보이는 비만 환자는 이미 인슐린 수치가 한계치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당뇨가 오래 진행돼 미세혈관 합병증이나 지질 대사 이상이 오면 또 다른 신호들이 나타난다. △정강이의 붉은 갈색 반점인 '당뇨성 피부병증' △원인 모를 물집인 '당뇨성 수포' △팔다리에 좁쌀 같은 노란 구진이 돋는 '폭발성 황색종' 등이 그것이다. 특히 폭발성 황색종은 혈당 조절 실패와 동반된 '고중성지방혈증'이 보내는 위험 신호로 꼽힌다.
피부 변화+비만 체형이라면...'혈당·지질·체중' 확인해야
피부 소견만으로 당뇨를 확진할 수는 없지만, 의료 현장에서 '혈당 검사를 강하게 권하는 신호'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완구 원장은 "비만이나 복부비만이 있으면서 △흑색가시세포증·쥐젖 △반복되는 진균·세균 감염 △잘 낫지 않는 상처 등의 피부 변화가 동반된다면, 단순 피부과 치료에 그치지 말고 혈당·지질·혈압을 한 번에 확인하는 '메타볼릭 체크업'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갑작스러운 변화'를 놓쳐선 안 된다. 이 원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쥐젖이 10개 이상 다발성으로 생기고 체중도 늘었거나, 폭발성 황색종이 관찰된다면 이미 대사 이상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즉시 스크리닝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항진균제를 써도 무좀이 계속 재발하거나, 상처가 2주 이상 아물지 않고 종기가 잦은 경우도 고혈당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치료의 핵심은 단순한 피부과적 처치를 넘어선 '입체적인 병행 관리'다. 감염성 질환, 당뇨성 피부병증, 흑색가시세포증 등 병변의 양상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이 잘 낫지 않거나 끊임없이 재발하는 이유는 결국 '조절되지 않는 대사 환경'이라는 하나의 뿌리로 연결된다. 고혈당 환경에서는 균이 쉽게 증식해 감염이 반복되고, 미세혈관이 손상된 피부병증은 연고만으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쥐젖 또한 레이저로 제거해도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다시 돋아나기 쉽다. 즉, 피부과 시술은 보조적인 수단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혈당과 체중 조절에 있다.
이 원장은 "혈당 조절이 안 되면 연고 처방이나 시술은 재발을 막지 못하는 '절반 짜리 치료'에 불과하다"며 "재발과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치료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는 치료의 밑바탕이 되는 '전신 관리'다. 혈당·혈압·지질 수치를 정상화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야 한다. 둘째는 '피부과적 치료'의 병행이다. 당장 급한 감염을 치료하고, 보습제 등으로 피부 장벽을 보호하며 필요시 시술을 시행한다. 셋째는 '발 관리 및 생활습관 교육'이다. 매일 발을 꼼꼼히 검사하고 상처 관리법을 익히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 세 가지 전략을 동시에 이행해야만 피부가 보내는 경고등을 끄고, 당뇨 합병증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