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현대인들은 항문 주변의 불편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가끔 따갑거나 축축한 느낌이 반복돼도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증상은 단순 치핵이 아니라, 고름 길이 형성돼 염증이 반복되는 치루일 가능성이 있다. 치루는 자연 치유가 어려우며, 방치할수록 염증이 깊어지고 통로가 단단히 굳어 재발을 반복하는 질환이다.

항문외과 전문의 윤용우 원장(더편항외과가정의학과의원)은 "치루는 통로가 남아 있는 한 염증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 약물이나 좌욕만으로는 완치가 어렵다"며 "치루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치루가 생기는 이유부터, 맞춤 치료 그리고 수술 후 관리법까지 윤 원장에게 자세히 들어보았다.

치루(항문누공)는 어떤 질환인가요? 치질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치질은 항문에 발생하는 여러 질환을 통틀어 부르는 개념으로, 치핵·치열·항문농양 등이 포함됩니다. 치루는 항문샘이 감염돼 고름이 고이고, 이후 그 고름이 빠져나간 길이 굳어 통로처럼 남는 질환입니다. 치핵과 달리 통로가 생기는 구조적 질환이기 때문에 약물만으로는 완치가 어렵고 대부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치루의 대표적인 증상은 무엇인가요?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까요?
항문 주변에서 고름이나 냄새나는 분비물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속옷에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름이 빠져나오지 않으면 부기와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항문 밖으로 작은 구멍(외공)이 만져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단은 직장수지검사, 항문경 검사, 항문 초음파 또는 mri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이 있으면 대장 항문외과 전문의를 찾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치루는 왜 생기나요? 어떤 사람의 경우 발생률이 높은가요?
대부분 항문샘에 감염이 생기면서 시작됩니다. 고름이 고여 항문농양이 되고, 이 농양이 터지거나 배농 된 뒤 남은 길이 굳어 치루가 됩니다. 잦은 설사·변비, 면역 저하, 크론병, 결핵, 오래 앉아 있는 생활 등이 위험 요인으로 꼽힙니다. 해부학적으로 20~40대 남성이 항문샘 구조가 좁아 더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이나 좌욕으로는 치료가 어렵나요? 수술이 꼭 필요한가요?
치루는 '통로(누공)'가 이미 생긴 상태이기 때문에 약이나 좌욕만으로는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약과 좌욕은 염증 완화와 증상 감소에는 도움이 되지만, 통로 자체를 없애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치루의 근본 치료는 수술로 되어 있으며 이는 공통된 의학적 견해입니다.

치루 수술에는 어떤 방법이 있나요? 회복 기간과 재발 위험성도 궁금합니다.
치루 수술은 치루의 모양과 깊이, 그리고 괄약근과의 위치에 따라 선택되는 치료 방법이 달라집니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치루 절개술로, 치루관을 절개해 자연스럽게 아물도록 돕는 방식입니다. 구조가 단순한 경우 특히 효과적이며, 보통 2~4주 정도면 상처가 안정되고 재발 위험도 낮은 편입니다.

치루가 괄약근을 깊게 지나가는 경우에는 세톤(seton) 수술을 시행합니다. 치루관 안에 실이나 고무줄을 걸어 고름이 잘 배출되도록 하면서 서서히 회복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괄약근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회복 기간은 몇 주에서 몇 달까지 개인차가 큽니다. 괄약근 보존이 중요한 경우에는 lift 수술이 도움이 됩니다. 치루관을 괄약근 바깥쪽에서 묶어 제거하는 방식으로 변실금 위험을 줄일 수 있어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2~3주가 지나면 무리 없이 일상생활로 복귀하실 수 있습니다. 구조가 복잡하거나 재발한 치루의 경우에는 점막이나 조직으로 내부 구멍을 덮는 피판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비교적 정교한 기술이 필요한 수술이지만, 적절하게 시행될 경우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합니다.

전문의들은 치루는 구조가 단순할수록 회복이 빠르고 재발 위험도 낮지만, 복잡할수록 치료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최근에는 괄약근을 보존하면서 통증과 재발률을 낮출 수 있는 다양한 수술법이 발전해, 환자분에게 맞는 치료 전략을 세울 경우 대부분 무리 없이 회복이 가능하다고 조언합니다.

치루 수술 후 좌욕과 식단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치루 수술 후에는 좌욕이 회복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따뜻한 물에 하루 2~3회, 10~15분 정도 좌욕을 하시면 상처가 깨끗하게 유지되고, 혈류가 좋아져 통증 감소와 치유 촉진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배변 후에는 자극이 남기 쉬우므로 반드시 좌욕을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식단은 자극적인 음식과 술을 잠시 피하시고, 물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과일·채소처럼 변비를 예방하는 음식 위주로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변이 너무 딱딱하거나 반대로 설사가 심해지는 경우 모두 상처 회복을 방해할 수 있어, 부드러운 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수술 후 일상생활은 언제부터 가능한가요? 회복 시 주의해야 할 점은 없을까요?
수술 다음 날부터는 가벼운 걷기 정도의 활동은 가능하지만, 오래 앉아 있거나 무거운 운동은 2~4주 정도 피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초기 며칠 동안은 분비물이 많을 수 있어 샤워로 부위를 깨끗하게 씻고 패드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위생을 관리하시면 됩니다. 회복 중 통증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열이 나고, 악취가 나는 분비물이 늘어난다면 새로운 농양이 생기거나 염증이 악화된 신호일 수 있으므로 즉시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인 청결 유지와 무리하지 않는 생활만 지키셔도 큰 문제 없이 회복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