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도를 웃도는 극한 더위가 이어지면서, 심혈관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일반적으로는 추운 날씨에 혈관이 수축하면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고 알려졌지만, 한여름의 무더위는 또 다른 방식으로 심혈관계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심장내과 전문의 류재춘 원장(류재춘내과의원)의 도움말을 통해 여름철 심혈관질환이 위험한 이유와 특히 주의가 필요한 사람들은 누구인지 짚어본다.

지속되는 폭염, 심혈관질환 위험 높인다
왜 여름철에는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커지는 걸까? 류재춘 원장은 "여름철의 높은 기온은 일시적으로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낮추지만, 이로 인해 자율신경계가 보상 작용을 하면서 심박수가 증가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심혈관계에 큰 부담을 준다"고 설명한다. 또한 그는 "고온다습한 환경은 심장 박동과 혈류 역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심혈관질환 환자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고온이 심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와 통계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호주의 한 연구팀은 여름철에 최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심혈관질환 관련 사망률이 2.1%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에서 사망과 관련된 주요 질환으로는 뇌졸중과 관상동맥 심장병이 꼽혔으며, 각각 1도 상승 시 사망률이 3.8%, 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심장학회(aha) 역시 고온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aha는 기온이 섭씨 32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뇌졸중 환자가 66%, 심근경색 환자가 20%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류재춘 원장은 국내 환자 발생 시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무더위가 본격화되는 7월에는 뇌졸중 및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한겨울인 1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많아진다. 여름철, 심혈관 건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탈수로 끈적해진 피, 주요 원인 중 하나
폭염 시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또 하나의 주요 원인은 탈수다. 여름철에는 체온이 상승하고, 이를 낮추기 위해 땀을 흘리면서 체내 수분이 쉽게 부족해진다. 류재춘 원장은 "이러한 탈수가 심혈관 건강에 매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분이 부족해지면 혈액의 농도가 짙어지면서 끈적해지는데, 이로 인해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고 혈전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혈전이 형성되면 혈류를 따라 이동하다가 주요 장기로 혈액을 공급하는 중요한 혈관을 막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심혈관계 질환이다.

또한, 탈수는 혈액량 자체를 줄여 심장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류재춘 원장은 "혈액량이 감소하면, 심장은 전신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더 빠르고 강하게 펌프질해야 한다"며 "이러한 상태가 반복되면 심장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심장 기능이 약한 심부전 환자의 경우, 이러한 부담이 급성 악화나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여름철 땀을 통해 나트륨과 칼륨 같은 전해질이 함께 배출되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해질 불균형은 심장의 전기적 안정성을 무너뜨려 부정맥을 유발하거나 기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질환∙복용 약물 있다면 각별히 주의해야
여름철 더위와 탈수로 인한 신체 변화는 특히 심혈관질환 환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류재춘 원장은 "심부전, 협심증, 고혈압 등을 앓고 있는 환자가 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염증 반응과 심장 부담이 증가해 심근경색이나 부정맥 같은 심각한 심혈관 사건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혈관계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들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이뇨제, 베타차단제, ace 억제제와 같은 약물은 체온 조절이나 수분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고온 환경에서는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이 발생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 밖에도 비만 환자는 체내 열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폭염에 더 취약하며, 야외 근로자나 운동선수처럼 고온 환경에서 장시간 신체활동을 하는 이들 역시 온열 질환과 심혈관계 문제 발생 위험이 크다. 또한 고령층의 경우, 체온 조절 기능과 갈증 감지 능력이 저하돼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채 탈수 상태에 이를 수 있고, 말초 혈관 조절 능력도 떨어져 저혈압으로 인한 실신 위험이 높아 심혈관 건강 관리에 경각심이 필요하다.

물 자주 마시고, 낮 시간대 활동 자제해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1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가 도입된 이래 올해 가장 이른 시기에 누적 온열질환자 수가 1,000명을 돌파했으며, 201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하루 200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온열질환은 증상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어 응급 대응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은 폭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폭염 대비 건강 수칙'을 권고하고 있다.

① 시원하게 지내기
  - 샤워 자주 하기
  - 헐렁하고 밝은색의 가벼운 옷 입기
  - 외출 시 햇볕 차단하기(양산, 모자 등)

② 물 자주 마시기
  -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규칙적으로 물 자주 마시기(신장질환자는 의사와 상담 후 섭취)

③ 더운 시간대에는 활동 자제하기
  - 가장 더운 시간대(낮 12시~5시)에는 야외 작업, 운동 등을 자제하고, 시원한 곳에 머물기
  * 갑자기 날씨가 더워질 경우 자신의 건강 상태를 살피며 활동 강도 조절하기

④ 매일 기온 확인하기
  - 기온, 폭염특보 등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