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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의 약재 ‘황기’, 당뇨병 치료에도 효과 탁월한 것으로 드러나

‘황기’는 콩과에 속하는 식물의 뿌리이다. 2,000년 이상 한의학에서 애용되어 온 약재로, △자연 발한 △호흡곤란 △피로 등의 증세를 치료하고 쇠약해진 기운을 회복시키는 효능이 있다. 현대에 와서는 △항염증 △항고혈압 △항산화 △심장혈관보호 △­­골다공증 개선 등의 효능이 새로 알려져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도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 황기의 또 다른 효능이 밝혀졌다. 지난 18일 농촌진흥청은 누룩 유래 미생물을 섞어 발효한 황기에 당뇨병으로 인한 인지능 장애 개선과 인슐린 분비, 장내 유익한 미생물 증가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식품영양학회지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발효 황기의 당뇨병 증상 완화 효과가 밝혀졌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혈당 조절 안 되면 인지기능 저하, 소화장애 등 발생해

미국 연구진이 당뇨병 환자 13,000명을 20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당뇨병이 있으면 없는 사람에 비해 기억력 등의 인지기능 저하가 19% 더 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인지기능이 5살 정도 빠르게 퇴화하는 수준이다. 당뇨병이 오래되거나 혈당 조절이 잘 안될수록 인지기능의 저하는 더 심하게 나타난다. 1985년부터 2019년까지 1,700명가량의 당뇨병 환자를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심한 고혈당이나 저혈당으로 입원한 경험이 있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는 치매에 걸릴 확률이 6배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당뇨병 환자 중 약 20%는 변비와 설사 등의 소화장애를 호소한다.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대장 근육의 운동 기능이 낮아지면서 음식의 배출이 늦어지기 때문에 변비를 겪을 수 있다. 변비가 생기면 이로 인해 장 안에 유해 세균이 증식할 가능성이 높아져 설사가 생기기 쉽다. 심각한 경우 변실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발효 황기, 동물실험서 당뇨병 치료제보다 효과 좋게 나타나

그런데 농촌진흥청에서 황기를 누룩과 함께 발효시켜 만든 농축 추출물이 위와 같은 당뇨병 환자의 합병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당뇨병 쥐에게 3개월간 발효 황기 추출물을 먹이자, 공간지각 능력 시험(y-maze)과 단기기억 평가(radial arm maze test) 실험에서 발효 황기를 섭취한 쥐가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metformin)을 투약한 쥐보다도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또한 치매, 특히 알츠하이머의 원인 물질 중 하나로 알려진 아밀로이드(amyloid)가 축적되는 양도 36% 감소해 발효 황기가 기억력 등 인지능 개선에 도움을 준 것이 확인됐다. 발효 황기는 인슐린 분비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는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고 간의 글리코겐 분해를 촉진해 포도당을 생성하기 때문에 당뇨병을 관리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사용된다. 연구진은 당뇨병 쥐의 스트레스로 인한 코르티솔(cortisol) 호르몬의 분비량 변화를 살펴본 결과, 발효 황기 섭취군의 코르티솔 분비량이 정상 군에 가까울 정도로 감소해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현저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발효 황기 섭취군의 배변 빈도는 메트포르민 치료군과 유사했다. 발효 황기를 섭취한 당뇨병 쥐의 변을 검사해 본 결과 배변을 정상적으로 조절하는 장내 유익균인 ‘라크노스시라피에(lachnospiraceae)’가 장내 미생물 균의 30% 이상을 차지했고 ‘락토바실라시에(lactobacillaceae, 락토바실루스과)’는 당뇨병이 없는 정상 쥐와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락토바실루스과에 속하는 대표적인 미생물은 장 질환 개선 효과가 뛰어난 ‘락토바실러스’로, 건강기능식품으로 상용되는 프로바이오틱스의 한 종류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산균을 증식하고 유해균을 억제해 배변활동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령친화식품’으로 재탄생 하는 발효 황기

아울러 농촌진흥청은 발효 황기를 고령친화식품 소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발효 황기를 발아 흑미와 혼합해 만드는 영양죽과 양갱의 조리법을 개발해 해당 식품들의 제조 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영양죽과 양갱에 발효 황기를 각각 5% 첨가한 경우 영양죽에서는 아미노산의 한 종류인 글루타민산이 5.2배 증가했고, 양갱의 항산화 활성은 2.4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근육이 부족한 고령의 노인들이 섭취하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때 발효 황기와 함께 고령친화식품 소재로 사용된 발아 흑미는 ‘가바(gaba)’라는 중추신경계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 풍부한 식품이다. 가바는 △당뇨병을 예방하고 △우울증 완화 △혈압조절 △체중 조절 △알츠하이머 예방에도 기여한다. 또한 앞서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미생물로 소개한 락토바실러스를 포함해 △장내 유익한 박테리아의 성장을 촉진시켜 소화기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