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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저림, 눌린 신경에 따라 원인 질환 달라"... 원인 '말초신경' 찾아야 ① [손끝에서 발끝까지]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손이 저리고 감각이 무뎌졌다가 곧 회복된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말초신경 압박'의 신호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손 저림의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손목터널증후군이 가장 잘 알려졌지만, 팔꿈치 신경이 눌리는 주관증후군, 쇄골과 갈비뼈 사이 신경이 압박받는 흉곽출구증후군 외에도 당뇨병성 신경병증, 목디스크 등 수십 가지 원인이 손 저림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어느 손가락이 저리냐에 따라 의심해야 할 질환이 달라지는 만큼, 원인을 잘못 짚으면 치료 시기를 놓치고 신경 손상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진행될 수 있다.
손 저림을 일으키는 말초신경 질환의 종류와 감별법, 치료와 예방 수칙까지 신경외과 전문의 박성만 원장(ak신경외과의원)과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몸 전체에 뻗은 '전선', 말초신경이란
말초신경을 이해하려면 먼저 신경 전체 구조를 알아야 한다. 신경은 우리 몸에서 전기를 전달하는 '전선'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몸의 여러 구조물이 조화롭게 작동하려면 상호 연결이 필요한데, 이 연결을 담당하는 구조가 바로 신경이다.
신경은 크게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로 나뉜다. 뇌와 척수가 모든 연결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 센터가 중추신경계라면, 그 외 온몸 구석구석으로 가지처럼 뻗어 나가는 나머지 신경이 모두 말초신경이다. 말초신경은 기능에 따라 운동·감각·자율신경 세 가지로 구분되며, 각각의 신경이 손상될 때 서로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 이 중 '감각신경'이 손상될 때 손발 저림이 발생한다.
박성만 원장은 "말초신경은 신경 전달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미엘린 수초(myelin sheath)'라는 특수한 껍질로 감싸여 있다"며 "인대, 근육, 뼈의 변형 등으로 신경이 직접 압박을 받으면 영양소 공급이 차단되어 신경이 손상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목디스크만의 문제가 아니다... 손 저림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
손 저림이 생기면 흔히 목디스크를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목에서 팔로 내려가는 신경이 압박받는 지점이 세 군데나 된다. 디스크 파열로 인한 경추 부위 외에도, 목 근육 사이 사각근 구간과 소흉근 아래 부위에서 신경이 눌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쇄골·갈비뼈 사이 근육에서 신경이 압박받는 상태를 '흉곽출구증후군'이라 하며, 팔 전체는 물론 어깨까지 저림이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박성만 원장은 "특히 소흉근 아래에서는 신경과 동맥, 정맥 혈관이 함께 압박되는 경우가 있다"며 "신경 압박만 있을 때는 저림과 감각 이상이 주로 나타나지만, 정맥까지 압박받으면 자고 일어났을 때 양손이 붓고 손이 잘 쥐어지지 않는 증상이 동반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 손가락이 저린가... 신경별 감별법
손목에서 손가락까지 내려오는 신경은 요골·정중·척골신경 세 가지로, 각각 지나가는 경로와 지배하는 근육이 다르다. 따라서 어느 손가락이 저린지에 따라 의심해야 할 질환도 달라진다.
가장 흔한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바닥 쪽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절반이 저리고, 특히 밤에 증상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박성만 원장은 "손목 안의 좁은 통로에서 정중신경이 눌려 발생하며,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엄지 쪽 손바닥 근육이 위축되어 눈에 띄게 살이 빠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주관증후군은 팔꿈치 안쪽에서 척골신경이 압박되어 약지 절반과 새끼손가락이 저리며, 팔꿈치를 굽힐 때 증상이 악화된다. 요골신경이 손상된 경우에는 엄지손가락을 펴기 힘들고 손목을 손등 쪽으로 꺾기 어려워진다. 특히 요골신경마비는 주말에 음주 후 의자에 팔을 기댄 채 잠들었을 때 손상되기 쉬워 '토요일 밤의 마비(saturday night palsy)'라는 별명이 있으며, 대부분 2주 내외로 회복이 된다.
손 저림 진단은 환자 병력과 신경 증상 확인을 바탕으로 신경전도·근전도 검사 같은 전기생리검사를 통해 신경 손상 여부와 정도를 파악한다. 다만 이 검사는 증상 발생 후 2주가 지나야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급성기에는 초음파 검사와 경추 mri를 우선 활용하기도 한다.
뇌전증약이 손 저림 치료에?... 약물치료의 오해와 실제
손 저림이 있어도 병원 진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방치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신경 손상이 진행될 수 있다. 저림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근력 저하, 손 떨림, 어깨·목 통증이 동반될 때, 또는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박성만 원장은 "감각 저하나 저림만 있을 때는 적절한 치료 후 완전한 회복 가능성이 높지만, 근력 저하나 근위축이 나타나면 이미 신경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것"이라며 "이 시점을 놓치면 수술 후에도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말초신경 손상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회복되지 않는 마비다.
손 저림 치료에는 약물치료, 신경 차단술, 물리치료 등이 활용된다. 처방된 약을 보고 '왜 뇌전증약이나 우울증약이 있지?'라며 의아해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는 손발 저림이 말초신경에서 발생한 비정상적인 전기신호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신호를 억제하는 항경련제가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며,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 통증의 전달과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일부 항우울제도 손발 저림 치료제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하이드로다이섹션(hydrodissection)' 이라는 비수술적 치료법도 주목받고 있다. 초음파로 신경이 압박된 부위를 정확히 찾아낸 뒤, 해당 부위에 5% 포도당이나 생리식염수를 주사해 수압으로 압박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수술 없이도 좋은 결과를 얻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손 저림 예방, 자세 교정과 기저질환 관리가 핵심
말초신경 손상을 예방하려면 일상 속 자세 교정이 중요하다. 손목과 팔꿈치를 꺾는 자세를 줄이고, 키보드 작업이나 장시간 운전처럼 신경을 반복적으로 압박하는 동작은 피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당뇨는 작은 혈관부터 손상시키는 병으로, 말초신경은 이 혈관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기 때문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 당뇨나 갑상선 등 기저질환이 있다면 이를 우선 치료하고, 손발은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환경에 오래 노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귀가 후에는 발을 씻으며 다친 곳이나 이상이 없는지 살피는 습관도 중요하다.
박성만 원장은 손 저림 치료에서 흔히 간과되는 중요한 개념으로 '이중압박증후군(double crush syndrome)'을 꼽았다. 신경 압박으로 증상이 유발될 때는 최소 두 군데 이상이 압박되어야 증상이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박 원장은 "손목터널증후군이 심하더라도 손목만 치료할 것이 아니라, 목디스크나 흉곽출구증후군처럼 위쪽 병변이 있을 가능성도 확인해야 한다"며 "위쪽 압박 부위를 해결하면 아래쪽 증상이 함께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손 저림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단순히 주무르고 넘기지 말고, 신경 경로 전체를 살펴야 한다. 손목·팔꿈치·어깨 증상은 목을, 발·무릎·허벅지 증상은 골반을 함께 점검하는 것이 건강한 신경을 지키는 첫걸음이다.